홍콩한타임즈
문학으로 여는 오후
스승의 날 편지
김동환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스승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제가 평소에 선생님께 감사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많았어요.
우선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는 수업 내용들은 이해가 정말 잘되요.
저는 중학교에 가면 국어가 어려워진다는 말을 듣고 많이 걱정 됐어요.
정말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선생님이 저희가 이해를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그나마 빨리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 식으로 풀어주셔서 더 역사를 흥미롭고 재밌게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 일하시는 것도 학생들 못지 않게 힘드실텐데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홍콩한국국제학교 7학년 박하경 올림
이미지=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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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읽기: 대한민국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최근 유튜브에서 어느 교사가 끊임없는 민원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 흘리는 영상을 보았다. 내가 감히 그분의 모든 눈물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가슴 깊이 밀려오는 백번 천번의 공감은 그것이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디 교육 현장뿐이랴. 한 코미디언이 패러디해 화제가 되었던 간호사의 고달픈 일상이나 대치동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서글프게도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날것 그대로의 민낯이다.
나는 시인의 마음으로 이 공간에 글을 쓰지만, 본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30년 전의 학교는 상처 가득한 곳이었다.
나는 촌지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께 매를 맞아야 했고, 친구 중에는 급식비가 연체되어 밥을 굶는 아이도 있었다. 학창 시절 반장을 맡았을 때는, 생업으로 바빠 학부모회 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담임 선생님의 싸늘한 눈총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그 어린 마음의 억울함이 나를 교직으로 이끌었다. ‘내가 선생이 된다면, 적어도 저런 부끄러운 교사 한 명쯤은 세상에서 없앨 수 있겠지’ 하는 다짐이 내 선택의 시작이었다. 차세대를 아름답게 육성하겠다는 거룩한 소명도, 세속적인 이익을 좇는 뒤틀린 욕망도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교단에 서니 교육 현장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차별과 부당함을 겪으며 자란 세대가 교사가 되었고,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현장의 교사들은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학창 시절 교사들에게 부당함을 겪었던 또 다른 아이들은 이제 ‘학부모’라는 이름의 어른이 되었다. 자신이 경험했던 상처를 내 아이만큼은 겪지 않게 하겠다는 염려는 과도한 우려와 간섭으로 이어졌고, 작은 불씨 하나에도 크게 불안해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결국 이 서글픈 불신은 과거의 학교 조직과 선대 교사들이 쌓아 올린 ‘역사의 부채’이며, 지금 교단에 선 우리들이 온몸으로 그 빚을 갚아나가는 중인 셈이다. 이 또한 온전히 감내해야 할 현실임을 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교육의 붕괴’를 말한다. 이제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아닌 ‘민원을 방어하기 위한 교육’,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질적인 배움 대신 형식적인 절차만 남게 되고, 이에 따른 불만이 다시 악성 민원으로 돌아오는 잔인한 굴레에 빠져버린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거칠게 다투고도 이내 어깨동무하며 집으로 돌아갔을 아이들이, 이제는 변호사를 대동해 서로를 무너뜨리려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 이 비정상적인 풍경 앞 발을 동동 구르며, 내가 선택한 이 길에 대한 깊은 고뇌와 회의감이 수백 번씩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무너진 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울 열쇠 역시 결국은 '사람'에게 있음을 믿는다. 촘촘한 법령과 딱딱한 매뉴얼이 결코 메울 수 없는 빈자리, 그것은 바로 서로를 향한 신뢰와 믿음이다. 교사는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학부모는 교사의 진심을 신뢰하며, 아이들은 그 안에서 존중을 배우는 든든한 삼각 편대가 복원되어야 한다.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부채를 청산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를 향해 쳐둔 방어벽을 허물고, 잃어버린 관계의 온기를 다시 회복하는 것뿐이다. 학교는 서로를 감시하는 재판장이 아니라,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따뜻한 울타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 시간,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의 본질을 다시금 무겁게 되짚어본다. 낯선 홍콩 땅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온 마음 다해 안아주고 싶어 하는 ‘교사로서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한 명의 학부모로서 내 아이의 교사에게 바라며 신뢰를 보내보려 한다.
오늘도 불신으로 차가워진 교실에 다시금 믿음의 씨앗을 뿌려본다. 언젠가 그 씨앗이 자라 서로를 마주 보며 활짝 웃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의 봄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