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홍콩한타임즈◆
홍콩포커스 7월 18일(토)
■ 홍콩 K-Food의 냉정한 현주소
지금 홍콩 한식당에 무슨 일이?
최근 홍콩 거리에서는 한국 음식점이 무서운 속도로 생겼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이른바 '초고속 개·폐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푸드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지만, 이를 받아쳐 내야 하는 홍콩의 외식업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잔혹하다.
지난 4월 중순, 큰 기대 속에 센트럴(Central) 중심가에 문을 열었던 한국식당이 개점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고 매장 외부에 임대 공고가 붙어졌다. 이 식당 뿐만 아니라 현재 홍콩 전체 또는 K-외식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처럼 높은 회전율(High Churn)을 보이며 홍콩 한국 식당들이 빠르게 흥하고 문을 닫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일까?
홍콩 환경위생식품부(FEHD)의 요식업 면허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홍콩에서 폐업한 식당(2,034개)이 신규 개업한 식당(1,779개) 수를 추월했다.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은 '식당 수 순감소(-255개)' 현상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타격이 큰 곳은 구룡반도의 야우침몽(Yau Tsim)과 홍콩섬의 중서부(Central & Western) 지역으로, 각각 40개소씩 순감소했다. 문제는 이 두 지역이 홍콩 내 한국 식당이 가장 밀집해 있는 핵심 상권이라는 점이다.

홍콩 통계청(C&SD)의 최신 조사에서도 대형 식당군과 바(Bar) 업종의 매출 볼륨이 전년 대비 3.9% ~ 4.0%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거대한 하강 국면의 가장 큰 원인은 홍콩 주민들의 주말 '선전(심천)행 원정 소비'다.
중국 본토의 압도적인 가성비와 다양한 요식업 브랜드들이 홍콩 내부의 수요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존 리 행정장관마저 "주민들이 본토로 가는 흐름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주문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준비가 부족한 한국 식당들은 버티기가 더 힘들다. 많은 사업자가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일시적인 열풍에 편승해 시장에 뛰어든다. 프라이드치킨, 크로플, 삼겹살 등 특정 메뉴가 유행하면 침사추이나 코즈웨이베이에 거의 똑같은 콘셉트의 음식점이 하룻밤 사이에 수십 개씩 생겨난다.
이러한 모방 매장들은 메뉴와 인테리어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금세 다른 유행으로 옮겨가 버린다. 오픈 초기 반짝하던 오픈빨(Hype)이 식으면 매출은 곧바로 나락의 길을 걷는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홍콩의 리테일 임대료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통곡의 벽이다. 특히 센트럴이나 침사추이 같은 고급 식당가는 천문학적인 월세를 요구한다.
신규 레스토랑이 개업 후 3~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면 고정 비용이 자본금을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매출 부진 시기를 버텨낼 만한 맷집(현금 보유고)이 없어, 임대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보증금을 포기하고 야반도주하듯 폐업을 택하게 된다.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식재료와 소스, 육류 등을 한국에서 직접 수입해야 하는 구조 역시 취약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지연이나 운송비 변동이 있을 때마다 마진율이 요동친다
여기에 더해 홍콩 외식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치솟는 현지 임금 속에서, 한국 요리 기술을 이해하는 주방 인력을 구하고 유지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한국의 유명 브랜드를 비싼 값에 들여오는 프랜차이즈가 정답이 되기도 어렵다. 막대한 가맹비를 지불하고 들여왔으나 홍콩 현지인의 입맛이나 선호하는 양과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엄격한 프랜차이즈 규정 탓에 로컬 시장의 피드백에 맞춰 메뉴나 가격을 신속하게 바꾸지 못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철수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현재 홍콩 내 한국 식당은 약 400여 개로 추산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중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정통 매장(독립 매장 및 직진출 프랜차이즈)이 약 200개, 나머지 절반은 맥심(Maxim's) 그룹 같은 홍콩 로컬 대기업이나 현지 자본이 운영하는 '한국식(K-Style)' 식당이라는 사실이다.
로컬 자본들은 현지인 입맛에 맞춰 간을 조절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분식이나 컵밥(Fast-casual) 형태로 대형 쇼핑몰을 빠르게 잠식하며 한국인 오너들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초고속 개·폐업 현상은 K-푸드 자체의 매력이 식어서가 아니다. 높은 임대료와 중국 북향 소비라는 이중고 속에서, 전통적인 고비용 구조의 한국식 고깃집이나 무거운 프랜차이즈들이 초기의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시장 재편 과정이다.
돈의 흐름이 가볍고 단가가 낮은 '가성비 실속형'으로 이동하는 지금, 홍콩 시장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트렌드 추종을 버려야 한다.
한국 음식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홍콩의 냉혹한 구조적 환경을 냉철하게 계산해내는 '탄탄한 현지화 경영'만이 이 잔인한 적자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홍콩 요식업계 전체가 격변기를 겪고 있는 만큼, 우리 한국인 자본과 정통 한식당들이 현지화 전략과 유연한 대처로 이 잔인한 불황을 잘 버텨내고 승리하기를 바란다
홍콩한타임즈 이유성 발행인/기자
■ The Bitter Churn of K-Food in Hong Kong
Recently, a jarring trend has emerged on the streets of Hong Kong: Korean restaurants are popping up at a dizzying pace, only to vanish shortly after. While the popularity of K-food remains red-hot, the local food and beverage (F&B) ecosystem has grown ruthless. A stark reflection of this is a Korean army stew specialty restaurant in Central that closed its doors this summer within less than three months of opening.
What are the structural drivers behind this high-churn cycle?
According to the Food and Environmental Hygiene Department (FEHD), restaurant closures (2,034) surpassed new licenses (1,779) over the past 12 months. This net decline of 255 establishments marks the first time since 2018 that the market has shrunk. The hardest-hit areas were Yau Tsim Mong and Central & Western—the exact core hubs of Korean dining.
The primary catalyst is the weekend "northbound consumption" trend, where Hong Kong residents flock to Shenzhen. The overwhelming value and diverse options of the mainland are rapidly absorbing domestic demand, forcing Chief Executive John Lee to urge the local industry to adapt to structural changes.
Against this bleak backdrop, many operators jump into the market simply to ride temporary K-trends. The moment an item goes viral, dozens of identical concepts materialize overnight. Because these copycat venues offer interchangeable menus, consumers quickly migrate to the next hype, causing revenues to plummet.
홍콩한타임즈 이유성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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