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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학 산책


"시들어 간다는 것"


김동환


절절히 나려지는 꽃보라


오롯이 줄기를 거두는 국화근


삶의 가을쯤 느꼈던가


무너지면서 퍼져가는 생의 그림자 아래


당신의 씨앗 여럿 뿌려져 있다는 것을.



<시작노트>

 늙음에 대해 깊이   요즘입니다. 나이가 들고 주름이 깊어진다는 것은, 그 주름의 깊이만큼이나 수많은 시간의 기억이 내 몸속에 아로새겨지는 과정일 테지요.


이제는 앞을 내다보기보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앞으로 이룰 것보다는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가만히 살펴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문득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한 선생님이 30년 전 제자들의 꿈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훗날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약속한 30년이 흐른 지금, 은퇴를 맞이한 선생님이 그 시절의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어느덧 저마다의 몫을 당당히 살아내고 있는 청년들이 교실을 가득 채운 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게 차올랐습니다.


 자꾸만 시들어가는 제 모습을 마주할 때면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젊은 날에 비해 더 자주 아프고, 쉽게 다치고, 마음속에 남는 아쉬움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가만히 타이릅니다. '곱게 늙어가자'고요. 그럴 수만 있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삶에 선한 흔적으로 남을 수 있지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오늘   나의 의미를 조용히 알아주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감사히 하루를 살아냅니다. 이곳 홍콩에서 함께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교민 여러분의 하루도, 누군가에게 깊은 의미로 남는 따뜻한 시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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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7 23: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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