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언어로 마음을 전하다
나에게는 중국어도, 영어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 국어를 할 줄 알지만, 어느 것 하나 완벽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중국어를 할 줄 알지만 여전히 난이도 높은 책을 읽기엔 부족하고, 영어도 가능하지만 마음속 생각을 아주 유창하게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한동안 깊은 방황을 겪었다. 무엇이든 조금씩은 할 줄 알지만 제대로 잘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왜 나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지 못할까?'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홍콩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나의 생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홍콩은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수많은 언어가 한데 어우러지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거리를 거닐다 내가 이 서로 다른 언어들을 실제로 알아듣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 가슴 한구석에서 신기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그 순간, 어쩌면 '조금씩 할 줄 안다'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남들은 가지지 못한 나만의 특별한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언어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나는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었고, 이전보다 훨씬 넓고 눈부신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주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언어는 마치 '다리'와 같다. 서로 다른 언어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와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다리는 결코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저 양쪽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이제 나는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비록 나의 중국어 실력은 아직 부족할지라도, 언어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다면 담대하게 입을 떼는 그 모든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 깊다. 말을 건네는 매 순간은 누군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그 걸음은, 결국 더 용기 있고 식견이 넓으며 자신감 넘치는 나 자신에게 다가가는 길이기도 하다.
以语传心
홍콩한국국제학교 11학년 박소연
我的中文说得不好,英文说得也不好。虽然我会说韩语、英语和中文三种语言,但好像哪一种都差那么一点。我会中文,但还看不懂太难的书;我会英文,但也无法做到非常流畅地表达。因此,有很长一段时间,我好像很迷茫,觉得自己什么都会一点,但什么都不精,我就会想:为什么我做不到样样都完美?
不过, 住在香港这个有很多不同语言和文化的地方,慢慢地,我的想法变了。香港是一个非常特别的地方, 中文, 英文和很多别的语言都在这里聚在一起。当我走在大街上, 发现自己真的能听懂这些不同的语言时, 心里就会觉得很神奇。那一刻我突然觉得,也许“会一点”并不是缺点,而是一种别人没有的能力。正是因为能听懂这些话, 我打开了一扇新的大门,也因此看到了一个比以前更大, 更精彩的世界。
这件事让我明白了一个道理, 就是学语言不只是为了在考试中考高分, 更重要的是让我们看到更大的世界。语言就像是一座桥, 不一样的语言让我们可以认识更多不同地方的人, 和他们好好地说话, 听他们的故事,了解他们的开心和难过。一座桥不需要完美,只要能让两边的人走到一起,它就足够了。
现在的我不会再因为语言说得不够好而担心了。虽然我的中文现在还不够好, 但只要我能用语言去看看更大的世界, 去认识更多新的东西, 那么每一次勇敢开口说话,都是非常有意义的。因为我知道,每一次开口,都是一次靠近。靠近别人,也靠近那个更勇敢、更开阔、更自信的自己。
지도교사
<글 읽기: 홍콩에서 한국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와 어우러지기>
해외에서 국제학교 교사로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낯선 환경에 온 아이들은 겉으로는 씩씩하게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여러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고민과 질문들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들 말입니다.
위 글은 중국과 홍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온 홍콩한국국제학교 11학년 박소연 학생이 자신의 언어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소연이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 한동안 고민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홍콩의 거리를 걸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조금씩 할 줄 안다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열린 또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소연이의 이야기가 오늘날 홍콩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국 학생들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자랐지만, 지금은 광둥어와 중국어, 영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홍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러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어느 하나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 역시 여러 언어를 접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각 언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경험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여러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먼저 다가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잊지 않는다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세계와 거리를 두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화, 정서와 가치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입니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길 때 다른 사람의 문화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어우러짐이 가능해집니다. 세계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뿌리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가지를 뻗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11월 7일, 홍콩 한인회가 주최하는 한마음장터가 홍콩한국국제학교(KIS)에서 열립니다. 저 역시 지난해 이 행사에 참여하며 한국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인뿐 아니라 홍콩과 영국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도 축제의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문화를 나누는 일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소중한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한국의 것을 보여 주는 일이 누군가를 우리와 다르게 구분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다리를 놓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올해도 한마음장터는 한국의 문화를 함께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음식과 전통, 다양한 문화의 매력을 경험하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한국의 문화를 세계와 나누는 기쁨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만큼이나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 주는 살아 있는 배움이 될 것입니다.
홍콩한국국제학교에서 생활하며 저 역시 학교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국제학교이면서도, 그 중심에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우리가 이어 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여러 활동과 공동체의 경험 속에서 한국이라는 색깔을 더욱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하려는 모습은 우리 학생들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할지 보여 주는 듯합니다. 한국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은 서로 반대편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닙니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와 만날 때, 두 가치는 오히려 서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소연이의 글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언어는 완벽해야만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마음을 전하려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정체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마음을 열 때, 우리는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홍콩의 거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동시에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지닌 한국인의 색깔이 세계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기를, 그리고 그 빛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따뜻한 다리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