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시로 여는 아침
"돌다리"
홍콩한국국제학교 11학년 이현빈
단단하기만 하던 돌다리가 아프게 깨졌습니다
그 틈 사이로 시린 물이 차올라
한동안 나는 다리를 건널 수 없었습니다
나를 부르던 다정한 목소리에
숨 가쁘게 달려가던 그 길
다리 건너에 여태 머문 님의 목소리가 그리워
나는 상처 난 돌 틈에 발을 묻고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깨진 자리에 새 돌을 조심스레 채워 보아도
님의 목소리는 물결에 씻겨 자꾸만 멀어져 갑니다
이제는 손끝만 살짝 닿아도 바스라질 다리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부서진 돌 조각들은 흐르는 물에 실어 보내고
나는 이제, 나만의 새로운 다리를 놓으려 합니다
AI 생성 이미지
<시 읽기: 만남과 헤어짐을 통한 성장>
성장이란 단순히 몸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갈무리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이성 관계나 친구 관계를 통해 처음으로 '상실'의 무게를 체감합니다. 시 속의 '돌다리'가 깨졌을 때 시린 물이 차오르듯, 소중한 사람을 잃은 마음엔 한동안 건널 수 없는 공허함이 고이기 마련입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처럼, 만남 뒤의 헤어짐은 숙명적입니다. 하지만 현빈 학생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 대신 부서진 조각을 물에 흘려보내기로 합니다. 타인이 놓아준 다리가 아닌,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나만의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려는 의지는 우리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픔을 씻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그 단단한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진정한 성장의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 이 시를 통해 나의 어제 또한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