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토요 문학 산책 (시인 김동환)
달거리
홍콩의 달은 허리가 없다
몇해 전인가
높다란 타워 하나가
베어냈다고 했다
보상금 오천만원에
누군가는 하늘이 되고
누군가는 바닥이 되었다는.
원주민은 살지 못해
햇빛 대신 바라보고
입주민은 구름에 가려
흙 내음을 모른다던
상아탑을 빙자한 바벨탑 속에서
배설되는 침묵의 층간소음.
홍콩의 달은
상층과 하층으로 찢겨
달거리를 진행중이다
보이지 않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시작詩作노트>
30년 전, 입안에 성냥개비를 물고 다니던 소년에게 홍콩은 막연한 동경의 땅이었습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흐르던 몽환적인 음악은, 어떻게든 닮고 싶었던 '따꺼'들의 당당한 발걸음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직접 마주한 이곳은 값비싼 향수 향과 뒷골목의 눅진한 악취가 기묘하게 뒤섞인, 지독히도 현실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눈부신 반짝임이라 믿었던 그 빛들은, 키가 자란 지금에야 비로소 생존을 위해 켜둔 처절한 가로등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비단 홍콩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상해도, 도쿄도, 우리가 사는 서울도... 심지어 제 고향 제주조차 이제는 상층과 하층으로 날카롭게 나뉘어 있습니다. 높이 솟은 타워들이 하늘의 맥을 끊어놓은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단절된 각자의 방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상처를 보듬어야 할 말들이 '소음'으로 치부되는 이 거대한 바벨탑 속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허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는 우리 시대의 통증을 보았습니다.
이 시는 그 찢겨진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이자, 사라진 연대(連帶)의 허리를 찾으려는 서툰 기록입니다. 낭만이 걷힌 자리마다 생존의 가로등이 비정하게 켜져 있지만, 그 차가운 불빛 아래서나마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