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홍콩 문화 칼럼] | 홍콩한타임즈
홍콩식당 차찬탱(茶餐廳)의 비밀 암호
3초 만에 끝나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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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아침~ 출근 시간 전, 빗방울이 비치는 홍콩의 어느 오래된 골목길.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홍콩 로컬 식당 차찬탱(茶餐廳)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진연유 향과 진하게 우려낸 홍차 냄새가 후끈한 열기와 함께 온몸을 감싼다.
테이블과 의자로 빽빽한 좁은 식당안은 이미 출근길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빈자리 없이 복잡하다. 처음 보는 이와 자연스럽게 무릎을 맞대고 앉는 ‘합석은 이곳에서 너무나 당연한 아침의 규칙이다.
무심한 표정의 종업원은 주방을 향해 “페이사저우나이(飛沙走奶)!” 하고 외치며, 쟁반 위 따뜻한 블랙커피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콘지(죽)를 식탁 위에 툭 내려놓는다. 기발한 주문 암호가 3초안에 주문을 완성한 것이다.

홍콩의 초보 여행자나 현지 사정에 어두운 이들은 종종 멘붕에 빠지곤 한다. 메뉴판을 여유롭게 들여다볼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점원은 이미 빌지와 볼펜을 쥐고 당장이라도 쏘아붙일 듯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다
.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라는 친절한 인사 대신, 단 몇 초 만에 주문을 완료해야 하는 이 바쁜 식당에서 홍콩인들은 독특한 소통 방식, 즉 ‘차찬탱의 비밀 암호’를 만들어냈다.
한국 식당에서도 홍콩의 차찬탱 못지않게 속도와 효율, 그리고 유머가 결합된 독특한 줄임말 주문 문화가 아주 발달해 있다.
짬짜면 / 볶짬면 (중국집) / 아아 / 땋아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한 아메리카노", 요즘은 '아샷추' - 아아에 샷 추가 등 변형도 다양하다.
홍콩의 차찬탱이 ‘바쁜 도시에서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민초들이 만든 해학’이라면, 한국 식당의 요약 주문 역시 ‘빠르고 역동적인 K-식당 문화에서 생겨난 효율과 친근함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홍콩 차찬탱의 암호는 단순히 길이를 줄인 요약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시적이고 감각적인 비유가 숨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페이사저우나이(飛沙走奶)’다. 직역하면 “모래를 날려 보내고, 우유를 달아나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모래(沙)’는 설탕 입자를, ‘우유(奶)’는 밀크티나 커피에 들어가는 연유/유제품을 의미한다. 즉, 설탕도 넣지 말고 우유도 넣지 말라는 뜻, 다시 말해 ‘블랙커피’를 달라는 주문이다.
단순히 "블랙커피 하나요"라고 말하는 대신, 설탕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우유를 멀리 도망치게 한다는 한자 네 글자의 조합. 삭막해 보이기까지 하는 템포 빠른 식당 한복판에서 이런 유쾌하고 문학적인 표현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은 묘한 감동마저 준다.
走青 (저우칭 / 빼기): ‘푸른색을 쫓아내다’라는 뜻으로, 국수나 요리에 파, 고수, 야채를 빼달라는 의미다.
扣底 (카우다이 / 줄이기): ‘바닥을 덜어내다’라는 뜻이다. 차찬탱의 푸짐한 밥이나 면 양이 부담스러울 때 “밥/면 양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매너 있는 암호다. (반대로 밥을 더 달라는 말은 ‘加底(가다이)’라고 한다.)
反蛋 (반단 / 뒤집기): 달걀 프라이를 주문할 때 노른자 표면까지 살짝 익히는 ‘양면 익힘(Over-easy)’을 뜻한다.
이 외에도 숫자와 한자의 소리를 결합한 줄임말도 흔하다. 밀크티를 뜻하는 ‘나이차(奶茶)’를 줄여 ‘OT(아이스 렉몬티, 檸茶)’나 ‘C0T(아이스 레몬콜라)’처럼 영문과 숫자를 섞어 쓰기도 한다.
점원들이 영수증에 일갈로 쓱쓱 써 내려가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은 사실 주방과의 완벽한 톱니바퀴를 맞추기 위한 최첨단 암호문인 셈이다.

차찬탱 점원들의 불친절함이나 불도저 같은 주문 속도가 필자는 여전히 불편하다. 하지만 이 좁고 바쁜 공간이야말로 가장 홍콩다운 생명력이 불타오르는 현장인 것을 알고 있다.
금융 자본이 지배하는 냉정한 도시에서, 홍콩 사람들은 한 끼의 식사를 빠르게 해결하고 다시 일터로 뛰어들어야 했다. 차찬탱의 비밀 암호들은 그 치열한 삶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민초들이 스스로 개척해 낸 '생활의 지혜이자 유머'가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여유를 놓치지 않으려는, 홍콩 사람들의 기발한 생존법이 아닐까.
Here is a concise English executive summary of your culture column:
In the fast-paced atmosphere of a local Hong Kong Cha Chaan Teng (茶餐廳) during morning rain, shared tables (daap toi) and rapid ordering are mandatory rules of engagement. Unaware tourists often freeze under the impatient, razor-sharp gaze of waitstaff ready with notepad and pen. To survive this high-tempo environment, Hong Kongers developed a unique linguistic shorthand: the Cha Chaan Teng secret codes.
Hong Kong: Numeric and poetic Cantonese codes created by working-class locals to streamline meal ordering amid intense daily schedules.
South Korea: A similarly fast-paced K-restaurant culture featuring ubiquitous abbreviations—such as Jjamjjamyeon (Jjamppong + Jajangmyeon) or coffee orders like A-A (Iced Americano) and Ah-Shat-Chu (Iced Tea with an Espresso Shot).
Commonality: Both cultures transform rapid dining needs into witty, efficient, and culturally rich expressions.
| Code (Cantonese / Characters) | Literal Translation | Actual Meaning |
| Fei Sa Jau Nai (飛沙走奶) | "Blow away the sand, make the milk run away" | Black Coffee (No sugar, no condensed/evaporated milk) |
| Jau Ching (走青) | "Banish the green" | No scallions, cilantro, or green vegetables |
| Kau Dai (扣底) | "Scoop out the bottom" | Reduce rice or noodle portion (Ga Dai 加底 means extra rice) |
| Aan Daan (反蛋) | "Flip the egg" | Over-easy fried egg |
| OT / C0T | Alphanumeric shorthand | Iced Lemon Tea (檸茶) / Iced Lemon Coke |
While the blunt service style and bulldozer-like speed of Cha Chaan Teng staff can still feel overwhelming, these narrow diners represent Hong Kong's most authentic vitality. Beyond mere speed, these codes are a witty survival mechanism forged by ordinary working people—a clever blend of poetic flair and practical humor to hold onto personal tastes and human warmth within a hyper-competitive city.
홍콩한타임즈 이유성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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