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시로 여는 홍콩의 오후 - "지구야 아프지마"
홍콩한국국제학교 1학년 이예나
"지구야 아프지마"
종이를 아껴쓸게
너를 지켜주지 못했어
나무를 심을게
지구야 사랑해
꼭 심을게
<시 읽기: 지켜준다는 마음>
홍콩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갑니다. 홀로 지내는 분부터 단란한 부부,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님, 그리고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까지,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이 사회를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다 보면 한국어가 들릴 때 반가움이 앞서다가도, 한편으로는 묘한 경계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혹시 나만 그런가' 싶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 보면 많은 분이 비슷한 마음을 느끼고 계시더군요. 그럴 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모습과 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한 어른들의 복잡한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작품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제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시입니다. 맞춤법은 조금 서투르고 글씨는 삐뚤삐뚤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참으로 곧고 예쁩니다.
한국보다 열악한 모국어 환경 속에서도 지구를 지키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짐하는 아이의 모습에, 저 또한 뭉클한 감동과 함께 깊은 성찰을 하게 됩니다.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이다"라는 말을 우리는 늘 합니다. 1960년, 홍콩에서 한국인이 밥 한 끼 제대로 챙기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에도 우리 선배들은 자녀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한국학교를 세우고 교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때보다 훨씬 풍요로워진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들은, 정작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요?
다음 주는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홍콩의 문화와는 조금 달라 이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처럼 지나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 어린 시절의 설렘을 잠시 떠올려 봅니다. 내 아이인가를 떠나, 우리 사회가 함께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지키고 키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저 또한 그런 진심 어린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들 앞에 서곤 합니다.
오늘 퇴근길, 어디선가 한국어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맑은 소리에 따뜻한 미소를 보태어 주시는 건 어떨까요? "한인회의 가장 큰 자부심은 학교 운영이며, 사업의 핵심은 교육"이라는 홍콩한인회장님의 인터뷰에 실린 말씀처럼, 우리의 미래는 결국 아이들의 웃음 속에 있습니다. 지구를 지키고 싶다던 예나 학생의 순수한 다짐이 헛되지 않도록, 저 또한 이 소중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하루입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