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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아침


"시선(視線)"

홍콩한국국제학교 11학년 최지유


1.

숨소리조차 사치가 된 이 삶은

들판 위 구두를 신고 걷는 너는

맡을 수조차 없는

찌르듯 아픈 흙냄새


흔적조차 금지된 이 삶은

단상 위 마이크를 잡은 너는

느낄 수조차 없는

씁쓸하고도 외로운 맛


2.

숨소리 하나 무거워진 이 삶은

계단을 올라보지 못한 너는

들을 수조차 없는

걷잡을 수 없는 소음의 크기


흔적 하나가 무서워진 이 삶은

화단 속 햇빛을 받는 너는

볼 수조차 없는

심해 속 차가운 고통


<시 읽기: 서로 다른 높이의 세계를 잇는 마음>

 인생이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향기로운 들판의 흙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발바닥을 찌르는 아픔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쏟아지는 화사한 햇빛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해의 차가운 고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비가 되기도 합니다.


 지유 학생은 이 시에서 '사치'와 '금지'라는 단어를 통해 삶의 무게가 결코 공평하지 않음을 서늘하게 보여줍니다. 단상 위, 계단 위, 화단 속이라는 '높은 곳' 혹은 '안락한 곳'에 머무는 시선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낮은 곳의 숨소리와 소음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무척이나 세밀하고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혹시 내가 선 곳의 안락함 때문에 타인의 찌르듯 아픈 흙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시는 우리에게 마침표가 아닌 질문을 던집니다. 서로의 시선이 머무는 높이가 다를 때,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상대의 낮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겸손한 노력임을 깨닫게 합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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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08 08: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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