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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학 산책 - 노르웨이 기사식당(김동환)
  • 기사등록 2026-03-21 10:07:42
  • 기사수정 2026-03-21 1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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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한타임즈◆ 321()

 

■ 토요 문학 산책


 

- 노르웨이 기사식당 -

김동환


밀물과 썰물이 교차로에서 만난다 

조개탕 속 헐벗은 이들의 고향은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  

몸을 부비며 친자 확인 중이다

 

세도막 난 그의 등에는 푸른 지도가 있다 

총기 잃은 눈빛으로  

알파없는 오메가를 이야기하며 

지구 반 바퀴 돌아 멀미가 난다는 목소리에 

쉰 맛이 난다 

 

노르웨이는 밤이 길다는데 

 

비워진 접시 위로 채워지는 집화集貨 대기’ 문자

시계 바늘은 헐떡이며 서로의 등을 밀어대고

몇 십 광년 째 목적지를 찾지 못한 

헤드라이트 줄기의 끝이 가렵다

밤하늘 신호등 없는 상습 정체 구간에도 

내리지 못한 뿌리탓인지

 

노르웨이는 밤마저 길다는데

 

새벽녘 우리는 일방통행 길로 흩어진다

직진의 화살표 위로 출발지를 모르는 한숨이

'배송 완료'를 꿈꾸며 내 이름을 녹인다

 

시작詩作노트

 

식당의 낡은 테이블 위세 토막 난 고등어의 등 푸른 무늬에서 먼 바다의 지도를 읽습니다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외래종 고등어와 밤새 도로 위를 유랑하는 우리의 운명은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특히 홍콩의 밤은 한국인인 에게 더욱 그러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일방통행 길 위에서 '배송 완료'라는 목적지를 향해 스스로를 녹여내며 살아갑니다


그 길은 가파르고 고독하지만잠시 멈춰 선 기사식당에서 부딪히는 술잔 한 번에 서로의 설움을 씻어내기도 합니다국적도 고향도 다른 이들이 모여 '우리'라는 온기를 나누는 그 찰나의 순간이다시 길을 나설 힘이 됩니다.


토요일 아침이 짧은 문장들이 고된 일과를 마치고 주말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요한 위로와 공감으로 닿기를 소망합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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